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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leep tight, 라는 말 들어봤어요?”

 

  뒤에서 저를 안은 팔에 제 팔을 겹쳐 얹으며 아연이 물었다. 중력의 방향이 바뀐대도 저를 놓치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하고 두꺼운 팔뚝을 간질이듯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등 뒤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아연은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대강 그려볼 수 있었다. 별 것 아닌 질문에도 늘 진지하게 고민하는 얼굴. 아연은 그런 표정을 사랑스러워했다. Sleep tight. 아연이 작은 목소리로 한 번 더 속삭였다. 아마 그는 곧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다.

 

  “잘 자라는 뜻이에요. 푹 자라, 잘 자라.”

 

  아연이 그의 품 안에 제 등을 좀 더 밀어 넣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조금 더 더해지는 그의 팔힘에 아연은 조용히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숨이 막히는 듯한 소리를 내면 그는 금세 힘을 풀어줄 테니까. 잠시만 더 이 안락한 압박에 자신을 맡겨두고 싶었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꼬옥 안고 있는 연인을 상상했어요. 단단하게 서로를 안고 있는 연인이요. Tight. 그렇게 단단하게 붙들고 자면 서로의 품 안에서 푹 잘 수 있을테니까….”

 

  꼭 잠 못 드는 아이를 위해 이야기를 읊어주는 어른처럼 아연의 목소리는 낮고 느렸으며, 나긋하고 다정했다. 정작 잠 못 드는 쪽은 자신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잠들기를 기다리는 듯, 아연은 일부러 말을 늘이며 소곤대었다.

 

  “근데 오늘 알게 된 건데, 사실은 옛날 미국 침대가 그렇게 생겨서 만들어진 말이더라구요. 옛날에는, 침대 매트릭스가 없었대요. 그래서 가운데가 뻥 뚫린 침대 틀에 천을 묶어두고 그 위에서 잤대요. 음, 그러니까 약간 해먹이랑 비슷하기도 했나봐요. 하여튼, 이 천을 tight하게 묶어두지 않으면 자다가 밑으로 떨어질테니까, 천을 꼭 제대로 묶어두고 잘 자라는 뜻이었던 거예요.”

 

  말 중간중간에 쉼표를 그려넣으며 아연은 얕아지는 그의 숨소리를 세었다. 제 말을 허투루 듣는 법이 없는 그였지만 그는 잠에 약하기도 하였으므로. 정말로, 더 이상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지자, 아연이 그가 모르게 웃었다.

 

  “그래도 나는 내가 원래 상상한 뜻이 좋아요.”

 

  이렇게 당신과 안고 자면 정말 좋은 꿈만 꾸거든요. 꼭 중요한 말은 담아두는 아연이다. 곧 어둠 속에서 아연도 눈을 감는다. 그래도 여전히 그의 온기는 동화책에서나 보던 모닥불처럼 선명하다.

 

  “잘 자요, 건호 씨. Sleep t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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