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우는 달 ver. 1 - 장화홍련 OST
00:0000:00

  당신의 주변에선 언제나 묵직한 향이 났다. 알싸하고 매캐한 담배 연기에 섞인 오래 묵은 피 냄새.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에선 비가 올 때마다 그런 냄새가 났다. 그럼 나는 가까운 곳에 죽어가는 강아지 따위가 피를 흘리고 있을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고는 했다. 녹슨 철문이 지천에서 붉은 물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도울 마음도 없는 친절을 품고 있던 시절은 그때에 끝이 났다.

  당신의 눈을 나는 자주 마주하지 않았다. 마주할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죽은 생선 눈깔 같은 당신의 두 눈을 도려내고 싶었다. 물기와 함께 생기도 바짝 말라버린 그 눈동자. 당신과 살던 동네의 피냄새가 그리워지는. 벼려진 영혼으로 당신 주변을 맴도는 일은 사냥의 전초전인 동시에 오래된 레코드판 위를 미끄러지는 일이었다. 모든 걸음이 무거웠고, 숨 막히도록 답답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당신이 눈을 빛내며 발톱을 꺼내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종종 당신의 얼굴을 할퀴고 또 당신에게 발을 밟히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하며 나는 당신과 함께 있다가 내가 미쳐버리는 것은 아닌가 다시 정신을 다잡아야할 때도 있었다.

 

  결말에 반전은 없었다. 모든 일이 그저 순조로웠다. 나는 당신을 거의 다그쳤으나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의 뒤통수가 깨질 때엔 찰박, 물소리가 났다. 간지러운 종아리를 내려다보면 죽은 당신이 넘실대었다. 나의 무릎까지 차오른 당신의 바다에서 나는 마구 발을 굴렀다. 나는 당신처럼은 되지 않을 거야. 당신처럼 멍청하게 굴지는 않을 거야. 당신의 고루한 평화 속에 갇히지 않을 거야. 당신의 피에선 비릿한 맛 대신 짠 맛이 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당신의 눈 감은 영정 앞에 지르는 무의미한 악에도 역시 당신은 답이 없었다.

bottom of page